호텔과 항공사에는 수익경영(RM: Revenue Management)부라는 특별한 부서가 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호텔의 꽃이 ‘프론트’가 아닌 'RM'이라고 생각하는데, 이유는 RM이 호텔의 매출실적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매우 중요한 부서이기 때문이다.
Revenue Mangement 란 무엇일까? 적절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적절한 고객에게, 적절한 시간에, 적절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경영 전략이다.
가령 호텔, 식당, 항공, 영화관 같은 호스피탈리티 산업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일회성이다. 제한된 시간과 공간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제때 사용하지 않으면 '소멸'한다. 따라서 항공사가 공석없는 비행기를 띄워보내야 하는 것처럼, 호텔은 보유한 객실을 어떻게든 판매하여 객실 점유율(Room Occupancy)을 높여야 한다. 이러한 류의 비즈니스는 공간과 시간을 활용해 이윤을 창출하기 때문에 하루에 판매할 수 있는 자원이 제한되어 있다는 특징을 가진다.
따라서 최소한의 자원에서 최대 효율을 내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 설립된 부서가 RM이다. 그들은 적시에 합리적인 가격을 고객에게 제시하여 호텔의 ‘적재율(점유율)’과 ‘수익율(객단가)’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짠다.
과거에는 고객이 부여하는 가치와 지불의사 금액을 파악하여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것에 그쳤지만, 현재는 수익경영시스템(revenue management system: RMS)을 사용한다. 덕분에 빅데이터, AI, 머신러닝을 활용해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시기별 예약 건수, 과거 매출, 동종업계 동향분석, 수요 예측 방향 등의 과거 정보에 기반하여 과학적으로 가격을 산출한다. 호텔도 4차 산업혁명의 도구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의 도입은 고정자산이 높고 영업 레버러지가 큰 호텔 산업에서 매우 유용하다.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가격으로 객실을 판매해 가동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데이터가 해결하지 못하는 호텔운영 문제가 있다. 바로 '노쇼(No-Show)'이다. 예약을 취소한다는 연락도 없이 예약 장소에 나타나지 않거나, 당일에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행위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사람의 경우 ‘노쇼족’이라고도 부른다.
OTA나 여행상품 플랫폼 등의 선결제 방식으로 상황이 나아지긴 했지만, 규모가 작은 숙박시설이나 비즈니스 호텔의 경우 여전히 후결제가 대부분이라 평균 예약부도 발생률은 15%를 상회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호텔은 노쇼 위약금 청구, Double Confirm진행, 오버부킹(over-booking)의 전략을 활용하지만 문제를 완전히 해결해 주지는 못한다. 가령 비수기의 어떤 날에 노쇼 비율이 30%라면, 오버부킹으로 추가예약한 객실 15%를 제외한 15%는 공실로 남는다.
노쇼로 인해 텅 빈 객실(Room)은 가치를 잃는다. 호텔은 객실 손실에 더하여 식음료, 부대 시설 이용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 기회 또한 상실한다. 이러한 사업장의 직접적인 손해 뿐만 아니라 다른 고객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고객의 입장에서도 무책임한 다른 고객으로 인해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오지 않는 고객을 ‘No-show’로 판정한 뒤, 호텔이 취할 수 있는 전략은 사실상 없다.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한다고 해도, 그 정보가 객실을 필요로 하는 소비자에게 바로 전달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노쇼나 예약 취소로 인해 공실이 생겨 곤란해 하는 호텔과 싼 가격으로 급하게 묵을 호텔을 찾는 고객을 이어주는 서비스가 있다면 어떨까? ‘빠르게 거래가 필요한 예약 취소 숙박에 대한 전문 플랫폼’! 즉, 객실이 필요한 고객에게 기한일이 임박한 객실 상품을 빠르게 제안해주는 ‘역경매’ 서비스가 실제로 스타트업계에 등장했다. 숙박업체가 최적의 가격을 제안하는 기존의 방식이 아닌, 고객이 직접 지불의사 금액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기능은 호텔에게 노쇼로 인해 생긴 공실률을 낮춰 줄 수 있는 일종의 보험의 역할을 할 테고, 급하게 예약을 취소하는 고객에겐 재거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환불 부담이 덜하다는 이점을 준다.
필자는 이 서비스가 매력적인 니치 마켓을 겨냥한 비즈니스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숙박업소 예약을 할 때, 예약취소가 불가피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부담을 가지고 있었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예약을 취소하고 환불을 받지 못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객실 재거래 기회는 예약 확정 에 사람들이 마냥 기쁘지 않아하는 부정적인 상황을 완화시킨다.
코로나19로 호텔의 객실 점유율이 60%까지 떨어진 상황. 노쇼에 효과적으로 대비, 보다 나은 운영을 위해서는 객실 역경매 서비스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생각한다. 글로벌 팬데믹이라는 리스크가 다시 오더라도, 호텔이 부실 자산으로 취급받지 않을 만큼 비지니스는 끊임없이 재편돼야 한다. 고객이 요구하는 가격으로 공실을 제공하자. 그렇다면 물리적, 시간적 가동률을 효율적으로 경영할 수 있다.
이 서비스가 향후 호텔 업계에 어떤 방식으로 긍정적인 기여를 할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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